지금 현실은
대다수의 보통 사람은 그래도 안전할 거란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붕괴된 후다.
의료 해체의 단계다.
28년, 검사로서 28년을
이 붕괴의 구멍이 바로 내 앞에서
무섭게 커가는 걸 지켜만 봤다.
응급의학과 당직 밖에 한 게 없다는 전문의가
법정에 끌려 온 적이 있다.
신생아를 살리던 전공의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한 날도 있다.
낮엔 그들을 구속하고 밤엔 밀실에 갔다.
그곳엔 말 몇 마디로 수천억을 빨아들이는 병원장들이 있었고
난 그들이 법망에 걸리지 않게 지켜봤다.
그들을 지켜보지 않을 땐
문재인이 던져주는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받아 적고 이행했다.
우리 사회가 적당히 오염됐다면
난 외면했을 것이다.
모른 척 할 정도로만 썩었다면
내 가진 걸 누리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내 몸에서 삐걱 소리가 난다.
더 이상은 오래 묵은 책처럼 먼지만 먹고 있을 수 없다.
이번 사태에서 일어나는 건 전부
2000명 증원하다 실패한 것이 되어야 한다.
병협과 재벌의 등에 칼 꽂은 배신자의 유품이 아니라
끝까지 마누라 그늘 아래 호의호식한 충직한 개한테서
의사가 빼앗은 것이여야 한다.
그래야 강력한 역사로써 효력과 신빙성이 부여된다.
병협카르텔이 해악의 단계를 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
기본이 수백 수천의 목숨이다.
처음부터 칼을 뺐어야 했다. 대통령이 되었을 때부터.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조차 칼을 들지 않으면
의료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시간도 아니요, 돈도 아니다.
파괴된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사람의 피다.
수많은 사람의 피.
역사가 증명해준다고 하고 싶지만
피의 제물은 현재 진행형이다.
바꿔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이든 찾아 판을 뒤엎어야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론 이미 치유시기를 놓쳤다.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누군가 날 대신해 병협을 치워줄 것이라 기다려선 안 된다.
기다리고 침묵하면 온 서울이 곧
브랜치 분원 병원으로 발 디딜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이제 입을 벌려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드러내야 한다.
나의 2000명이 단결의 시작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