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목록
profile
조회 수 34 댓글 0 예스잼 0 노잼 -1

No Attached Image

각양각색의 커다란 네온사인들

빈틈없는 빌딩들을 가로지르는 강 위의 다리

 

 

나는 만세를 하며 달리는 듯한 사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구리코씨 당신은 춥지 않은가요..?'

입김과 함께 사라지는 나의 한마디

 

 

관광객과 역에서 나오는 회사원으로

붐비지 않는 날이 없는 곳이지만

 

 

기모노를 입은 아이들과

외투를 걸치고 두 손을 꼭 잡은 남녀로

기대와 희망으로 더욱 부푼 거리였다

 

 

'우애 잡고 싶노?'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도는 한마디

 

 

결국 나는 퇴근하기 전까지

부루로부에게 대답하지 못했고

 

 

집안과 호텔 모두 정신이 없는 나머지

날짜에 대한 감각도 잃어버렸었다

 

 

기모노들 속에서 혼자 입은 정장과 하이힐 탓인지

나만 겉도는 듯한 이 모습

 

 

하지만 구리코씨라면 나와 같은 기분일까?

민소매를 보고 내심 기대했지만

밝은 미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정적도 잠시..

 

 

'제가 말 놓고 한마디 할까요?'

부루로부가 흠흠 거렸다

 

 

'네? 네.. 하세요..'

귀신은 쉬는 날이 없나 보다 하고 포기했다

 

 

'야~ 기분 좋다~~ !!'

 

 

'!!!!'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목소리에

나는 귀를 급히 틀어막았다

 

 

'무슨 짓이에요! 부루로부!'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살며시 웃는 부루로부

 

 

그 말은 입김은 없었지만 따뜻했다

 

 

지금의 내 모습은 귀신이 위로해 줄 정도인가

더 이상 침울한 것도 바보 같아 관두기로 했다

 

'고인 주제에 산사람 걱정하지 말라고!'

나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가시나 못하는 말이 없노!!'

갑자기 버럭 화내는 부루로부

 

 

'히익!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척수반사로 사과해버렸다

 

 

농담도 못하는 거야? 내가 나쁜 건가..?

이런 분위기까진 아니였는데..

 

 

'미안해하지 마라'

갑자기 침울해진 부루로부

 

 

'운명이다..'

 

 

'????'

 

 

정말 부루로부도 요즘 일도

알 수 없는 일만 일어나는 거 같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한 일 년

기합이야 기합!

 

 

하지만 잊고 있었다..

 

 

운명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분~ 저기 있는 것이 도톤보리의 상징 구리코에요~'

평소처럼 리버 크루즈에서 안내하는 가이드씨

 

 

 

'다음은 저기 서 계신 야쿠자한테 모두 안녕해볼까요~?'

폭대법을 맹신하는 가이드씨인가 보다

 

 

도톤보리에 의외로 볼 게 없다는 걸 아는 나는

가이드씨의 프로 의식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때였다

 

 

'그런데 저건 뭐예요?'

크루즈의 뒤를 가리키는 어린아이가 물었다

 

 

 

후워- 첨벙! 후워- 첨벙!

 

 

엄청난 기세로 나비처럼 회전하는 좌우

 

 

후워- 첨벙! 후워- 첨벙!

 

 

물살을 가르다 못해 양옆에는

분수처럼 물이 샘솟고 있다

 

 

첨벙! 촤아아악!

 

 

돌고래같이 튀어 올라

크루즈 위로 날아가는 짐승

 

 

'꺄아아악~!' '우오오옷~!' '난다요~ 고래~!'

비명을 지르는 탑승객들

 

 

짐승은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하더니

다리 위에 탁 하고 서버렸다

 

심지어 두 다리로 말이다

 

 

공중에서 흩뿌려지는 물방울

 

새하얀 백발과 수염

 

얇은 안경테와 둥근 렌즈

 

보톡스를 맞은듯한 눈두덩이

 

 

겨울 하늘에 생긴 무지개에

 

아스트랄한 이 남성은

 

나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에? 어째서? 나한테?'

하이힐로 뒷걸음 칠려 해도

다리가 얼어붙어 잘되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남성은 내가 아닌 내 왼쪽에..

부루로부 앞에 정확히 섰다

 

 

'꼭 소설 같다..'

가볍게 웃으며 부루로부가 말했다

 

 

'후워..'

부루로부 앞에 선 백발의 남성

 

 

'????'

 

 

'외투.좀 줄.수 있습니.꽈아..?'

떨리는 손가락으로 내 정장을 향해 가리켰다

 

 

'네?'

 

 

'추.워요..'

덜덜 떠는 남성

 

 

'아.. 예..'

 

얼떨결에 외투를 벗어준다

 

잠깐만.. 이 사람 부루로부가 보이는 건가..?

 

'잠깐! 당신 부루로부가 보이는 거예요?'

공포는 어디 간데없고 나는 묻기 시작했다

 

진짜라면 퇴마의 유일한 단서가 될 수 있으니

 

 

나 말고 귀신이 보이는 사람이 또 있다니

그도 나처럼 머리를 다친 것이려나?

 

가뿐히 말을 씹은 남성이 부루로부를 쳐다보며 웃었다

 

 

'날씨가 쌀쌀한데 저승은 괜찮습니꽈?'

내 정장으로 몸을 닦아내며 말했다

 

 

 

'지옥은 덥다 이기야!!'

방긋 웃는 부루로부

 

 

'후 워 워 워!'

 

'우 흐 흐 흥!'

 

 

 

그렇게 몇 분인가 쉬지 않고 웃기 시작했지만

나는 용기를 내 말을 걸었다

 

 

'저기.. 이게 무슨 일 인가요?'

 

귀신이 보이는 이 사람이라면 무언가 알고 있지 않을까

 

어처피 망한 인생 더 이상 망설일 수만은 없었다

 

'저는 루나틱 타이거입니돠!

자위대의 레이더를 피하기 위해

부산부터 수영을 해서 왔습니돠'

타이거가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특전사 살아있노 이기야!'

웃어 넘기는 부루로부

 

 

 

자위대의 한국 특전사화가 시급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레이더는 무슨 의미?

 

 

'그보다 시간이 없습니돠 아가씨..!

그들이 오기 전에 당신에게 알려야 할 것이..!'

 

 

'하지만 여기 좀 그러니 타코야키라도 먹겠습니꽈?'

타이거가 웃으며 주위를 가리켰다

 

 

 

그제야 나는 주위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야쿠자의 재떨이가 된 가이드씨

엉덩방아를 찧고 숨을 안 쉬는 노인분

부모가 눈을 가린 아이들

 

 

이건 뭐 한 해가 다 끝난듯한 분위기네..

죄송합니다.. 모두들..!

 

 

 

그렇게 여권이 없는 듯한 남성과 나는

도망치듯 타코야키전문점에 들어갔다

 

 

'이라사이마세'

 

 

'음.. 8알 시켜서 나눠 먹어도 되겠습니꽈?'

 

 

'아..그럼 여기 타코야키 8알이요'

 

 

'게루제 도모 쿠다사이'

 

 

순간 그러면 계산은 누가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

 

 

'죄송한데 금괴로 결제 가능합니꽈?'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타이거씨가 금괴를 흔들며 말했다

 

 

. . . .

 

 

'타이거씨 제가 살 테니 우선 이야기부터 들려주시겠어요?'

그의 수영 실력을 되새기며 겨우 화를 참았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면 금괴를 들고 다닌담..'

오늘도 조센징의 문화 차이에 한숨을 쉰다

 

 

'한국은 경제 상황 좋다'

나를 보며 말하는 부루로부

 

 

이왕이면 턱 아래가 아니라 코 아래까지

없는 귀신이면 좋았을 텐데..

 

 

'후워 후워 미안하고 고맙습니돠

그런데 혹시 P.S.G가 뭔지 들어보셨습니까?'

 

 

'네? P.S.G요? 그게 뭔가..'

 

 

'주무스루 타코야키 데마시타'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주인장이 타코야키를 내놨다

 

 

'노재팬 힘들었습니돠'

바로 덥썩 하나를 입에 넣는 타이거

 

 

눈치 없는 게 호텔의 누구를 떠오르게 한다

트라우마 생길 것 같아..

 

 

'어라 그런데 한 알이 부족한데요?'

타이거씨가 먹은 걸 제외해도 한 알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그 때 갑자기

 

 

 

'우웁..!'

타이거가 타코야키를 그릇에 뱉어냈다

 

 

'왜 그래요 타이거씨?'

설마 혼밥이 아니어서 못 먹는건가

 

 

하지만 그런 게 아니였다

 

타이거씨가 뱉은 타코야키는

파래 가루보다 훨씬 초록빛을 띄고 있었다

 

 

'우윽 어째서 타코야키에 와사비가 잔뜩 있습니꽈?'

허버허버 고통스러워하는 타이거

 

 

고통받는 타이거씨에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데

혹시 트라우마의 해결책은 이게 아닐까?

 

다음에 출근할 때 와사비를 챙기기로 결심했다

 

 

 

입구에서 짤랑하고 울리는 종소리

 

 

'이라사이마세'

 

 

'하라헤타 어이 츠케멘 히토츠'

백의를 입은 수컷이 심드렁하게 외쳤다

 

 

'스미마셍 츠케멘 나이데스 크소 부타'

익숙한 듯이 거절하는 점원

 

 

'나제! 나제다요? 키미 빠까데수웅?'

화를 내며 쿵하고 발로 의자를 차자

 

뱃살 아래부터 목 얼굴 순으로 쓰나미가 일어났다

 

 

외관상 진도는 3 정도

 

 

'저 녀석은..!'

나는 5년 전의 기억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와

도저히 이 감정을 참을 수 없었고

 

 

타이거씨가 라이브 쓰나미 쇼에

정신 팔린 틈을 타 금괴를 챙겼다

 

 

이것이 호텔 점장의 비밀의 수완력

 

 

'어이 너!'

벌떡 일어나는 타이거씨

 

 

설마 들킨 건가 나!

 

 

'한따 널 잡기 위해 여기까지 왔습니돠!'

요동치는 백의를 향해 나아가는 타이거

 

 

내 실력은 녹슬지 않은 듯하다

 

 

 

'나제 키미가 코코니 이루데수웅!'

백의가 더욱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번엔 진도 5 정도

 

 

'당신이 조센징인 건 알고 있습니돠

연기는 그만 두시죠'

타이거씨는 계속 걸어가더니

한따의 뱃살과 타이거의 배가 밀착했고

타이거의 전신 웨이브를 타기 시작했다

 

 

'평산 northcafe에 있을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한따가 유창하게 한국어를 하기 시작했다

 

 

'설명해 드리죠 까까무시 입니돠'

 

 

'까까무시?'

 

 

'제가 무엇을 위해 노숙자처럼 수염을 기른 것 같습니꽈?'

 

 

'설마 네 녀석 처음부터..!'

 

 

'맞습니다 수염은 얼굴 형태를 가리기 위해서 입니돠

거기에 있는 것은 생긴 게 비슷한 제 아내가 면도를 안 한 겁니돠!'

 

 

 

'!!!!'

 

 

'호또 스고이네~' '야바이 호또니?'

술렁술렁 대는 다른 손님들

 

 

타이거씨의 결혼 생활은 PC인 거예요?

 

 

 

'자 이제 포기하시고 순순히

P.S.G의 패스워드를 넘겨 주시죠

그리고 여죄도 자수하여 청산하는 겁니돠!'

그렇게 외치며 한따에게 손을 뻗는데

 

 

 

'하아아앙!'

갑자기 다리와 허리를 부들대는 타이거였다

 

 

'괜찮아요 타이거씨?' '와그러노?'

 

 

털푸덕!

 

 

바닥에 쓰러진 타이거는 꿈틀거릴 뿐이었다

 

 

'내 몸에 스스로 닿으러 와주다니 멍청한 drum bar'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사진을 찍는 한따

 

 

'당신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나는 나의 유일한 실마리에 대한 분노로 소리쳤다

 

 

'고. 속. 진. 동.'

툭 던지는 듯한 한마디

 

 

'고속 진동? 그게 무슨 뜻이죠?'

 

 

'아-아- 다시 말해 나의 고속 진동하는

뱃살로 보내버렸다는 것이다'

 

 

그제야 뱃살 주변의 공간이 우웅 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타코야키 전문점에서 가버리다니

녀석에겐 이제 할복 아니면 봉화산 뿐이다'

악랄한 미소로 스마트폰을 흔드는 한따

 

 

'그리고 처음 식당에 왔을 때부터

화를 내는 척 시동을 건 거다

너희들은 날 이길 수 없었다고 멍청아'

 

배에 손을 대자 쿰척하고 진동이 멈췄다

 

 

'!!!!'

 

 

말도 안 돼..! 조센징은 도대체..!

 

 

 

'참고로 나는 쫓기던 게 아니다..

내가 너를 쫓고 있던 거지!'

한따의 손끝으로 나를 가리키는데

 

 

아니 그것은 내가 아니라..!

 

 

'바로 당신! 애플 더 옐로!'

그 손끝은 내 옆의 부루로부를 가리키고 있었다

 

 

뽀잉 뽀잉 거리며 내 코앞까지 온 한따는

주머니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팔찌를 꺼냈다

 

 

차 아 랑!

 

 

'논..논두렁에 분명이.. 우야꼬..!'

눈물을 흘리는 부루로부

 

 

'P.S.G를 위해..  미스터 스트레치님을 위해서!'

나의 왼팔을 확 낚아채더니

은빛의 팔찌를 내리쳤다

 

 

꺄아아악!

 

 

그것이 타코야키 전문점에서의 마지막 기억

 

 

슬슬 익숙해지려는 천장 아래

나는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다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어라 이 시계는 뭐지?'

왼손에 처음 보는 은빛의 시계가 채워 저 있었다

 

 

'피. 아이. 에이. 주. 이. 티?'

 

 

그리고..

 

 

'부루로부? 부루로부가 없어..?'

 

 

계속 환희를 느꼈으면 좋겠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정확히는 누구라도 직원이

침대 밑에서 나온다면 똑같을 것이다

 

 

'제가 설명해 드리죠 점장님'

병원 침대 밑에서 기어 나오는 남성

 

 

'노동간씨?'

 

 

설마 내가 사라진 부루로부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날이 온다는 것을

 

 

 

내가 휘말린 문제는 시나징과 조센징의 문제를

 

넘어섰다는 것을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여기에 파일을 드래그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공지 [유저이벤트] 설날맞이 이벤트 42 말폭도 2024.01.29 2330 7
공지 [이벤트] 2024 부타이테 80 file 말랑이 2024.01.14 2854 27
공지 [이벤트] 겜동 활성화를 위한 게임 연재 이벤트 36 file 금연하는갱생타비 2023.08.11 7569 6
공지 [이벤트] 20대 머통령선거 기념 이벤트(수정) 120 file ハンター 2022.03.10 13298 6
공지 수용소닷컴 이용약관 file asuka 2020.05.16 32523 9
630639 지금 쿠팡이츠랑 배민 배달 무료됫네 5 새콤달콤 2024.04.02 30 0
630638 솔직히 어린이랑 섹스는 욕심이고 6 file 마우스 2024.04.02 143 5
630637 면접 끝났음… 4 빅토리 2024.04.02 23 0
630636 하... 출근 해야함 2 file 브이쮸바절정머신김수붕 2024.04.02 15 0
630635 점심 뭐먹죠 3 621 2024.04.02 16 0
630634 기본적으로 대도시들은 다 낡았기 마련임 3 file 히마와리 2024.04.02 30 0
630633 일따 1 황근출 2024.04.02 20 0
630632 프세카이벤달리는데 진짜 file 퇴근술사 2024.04.02 18 0
630631 세계 체강 와따시 file 히마와리 2024.04.02 15 0
630630 아 시발 한달전부터 아프던걸로 지금 타 부대에서 진료보러온다고? 6 file 퇴근술사 2024.04.02 44 0
630629 트랜센드 만지기 3 file 지뢰거북Mk2 2024.04.02 29 0
630628 오늘 하루 숑을 위한 선택! 4 file 라이무이 2024.04.02 23 0
630627 숑받싸 어딧음 1 file 새콤달콤 2024.04.02 24 0
630626 과제 싫어엇!!!! 4 file 망령 2024.04.02 19 0
630625 범걸레창녀갈보매춘부 2 file 노예 2024.04.02 25 0
630624 오 프세카 무료가챠 file 퇴근술사 2024.04.02 21 0
630623 프세카 업뎃만 1기가네 file 퇴근술사 2024.04.02 15 0
630622 선택 불가능 1 file 브이쮸바절정머신김수붕 2024.04.02 15 0
630621 오늘 kfc갈꾸 했는데 맘터 가야겟슴 file 퇴근술사 2024.04.02 16 0
630620 축제에서 만원으로 밥먹기 5 file 또치면과락 2024.04.02 29 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15 216 217 218 219 220 221 222 223 224 ... 31751 Next
/ 3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