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해도 안 통하고
보여줘도 안 믿고
어떻게든 바꾸려 해봤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조롱과 무시뿐이었다.
카산드라가 느꼈을 허무가
이제는 내 것이 되었다.
나는 이 사회의 밑바닥을 보았다.
사랑이라 불리는 감정의 기만을,
결혼이란 계약의 덫을,
그리고 여자의 본능이라는 무서운 알고리즘을.
정상적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오직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겨우 보이기 시작한 진실.
내가 여태 살아온 삶은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모쏠이라 웃겠지.
순결이라 조롱하겠지.
근데 그게 전부였다.
그나마의 마지막 자존심,
지킬 게 남아있단 것.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말들을
익명 게시판에 적어내려가며
그저 누군가 하나라도
“이 새끼 뭔가 본 건 맞다”
싶게 남기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젠 지쳤다.
이겨도 지는 싸움,
아무도 모를 전쟁이었다.
내가 사랑이라 믿었던 가치들은
사실 생물학적 전술이었고,
내가 믿었던 인간관계는
단지 유전자 복제의 거래소였다.
이제 알겠다.
진실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듣기 좋은 말,
착한 말,
낭만적인 판타지를 원할 뿐이라는 것을.
그러니, 나는 이만하겠다.
누군가는 비겁하다고 하겠지만
나는 그냥, 조용히 떠난다.
더는 기대하지 않고,
더는 바라지 않고.
유서는 남긴다.
이 세계는 썩었고,
나는 지쳤다.
그게 전부다.
웅.
웅웅.
어쩔티비.
약 안먹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