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용소닷컴은 이제 단순한 커뮤니티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다. 과거엔 익명 게시판의 하나였지만, 지금은 수많은 이용자들이 매일같이 접속해 서로를 관찰하고 평가하고 조롱하는 하나의 디지털 계급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누구는 짤 하나로 병맛을 자랑하고, 누구는 인증글 하나로 현실 자랑을 하며, 누군가는 그걸 보고 씹던가 박수치며 ‘ㅊㅊ’를 날린다. 문제는 이 플랫폼이 인간 본연의 과시 욕구와 박탈감을 동시에 부추긴다는 것이다.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지만, 하다 보면 현타가 온다. 누군가는 집에 수육을 삶고 있고, 누군가는 도지코인으로 10억을 땄다며 인증한다. 누군가는 김치찌개 끓이는데, 누군가는 마세라티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는다.
“뭐지? 나만 ㅄ인가?” 라는 기분이 드는 순간, 이미 수용소에 잠식당한 것이다.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처럼, 수용소닷컴도 본질은 **"나는 너랑 다르다"**는 위계 짓기의 반복이다. 1억 자랑, 여친 인증, 일급 80만원의 인증, 명품 오토바이, 그 밑엔 "진짜 부럽다"는 댓글과 "불쾌하다"는 댓글이 공존한다.
이곳에선 단순한 과시보다 "어디까지 병맛을 자랑할 수 있냐", 또는 **"어디까지 하향 안정화를 자조할 수 있냐"**의 싸움도 병렬적으로 이뤄진다.
부르디외의 ‘문화 자본’ 개념을 차용하자면, 수용소의 유저들은 각자 짤방, 짬, 밈 해석력 같은 비정형적 자본을 쌓으며 생존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감각은 어지간한 ‘진짜 부자’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짤을 3초 안에 캐치하고, 디시 밈 계보를 줄줄 외우며, 댓글에서 'ㄹㅇㅋㅋ'을 정확히 쓸 줄 아는 놈이 이 커뮤니티의 귀족이다. 현실에선 뭐든 간에, 수용소에선 ‘감각’과 ‘여론의 파도타기 능력’이 곧 계급이다.
하지만 이 구조는 피로하다.
예전엔 친목질이나 낙타 짤로 웃고 넘기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하루하루가 무한 과시와 비교의 연속이다. 가볍게 올린 인증글 하나가 한순간에 조롱거리로 전락하거나, 부러움과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이 거대한 장(場) 안에서, 아무리 특별해도 특별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래서 수용소닷컴은 사용자에게 과시를 갈망하게 하면서도, 절대 충족되지 않는 구조를 안겨준다.
무언가를 자랑하면 누군가는 씹고, 비교하게 만들며, 박탈감을 조장한다. 결국 **자기 삶에 집중하기보다는 커뮤니티 속에서 '보이기 위한 삶'**에 점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수용소닷컴이 사람을 갉아먹는 방식이다.
비교는 인생을 망친다. 과시는 인간의 본성이지만, 타인의 병맛과 성공, 인증글, 실시간 박탈감 속에서 중심을 잃고 휘둘릴 필요는 없다.
**"나는 나, 너는 너"**라는 말이 여느 철학보다 강력한 생존전략이다.
그래서 가끔은 로그아웃하고, 그 수육 한 덩이 제대로 씹는 삶이 더 사람 사는 길이다.